물집은 피부에 마찰이나 화상 등의 자극이 가해졌을 때 쉽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그런데 이렇게 물집이 생길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부위에만 물집이 생기는 경우에는 피부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발생 부위별로 물집을 유발하는 질환에는 무엇이 있는지, 각각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몸 한 쪽에 몰린 물집, 통증까지 있다면 대상포진몸 곳곳에 띠 모양으로 줄지어서 물집이 나타나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어릴 때 수두를 일으킨 후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질 때 신경을 타고 나오면서 발병한다. 신경을 따라 발생하는 만큼, 몸통, 엉덩이, 팔, 다리, 얼굴 등 신경이 있는 부위라면 어디에서든 물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물집은 약 10~14일 정도 지속되는데, 물집 속에 점점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로 변해 떨어지면서 증상이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대상포진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바이러스는 잠복한 상태로 몸속에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 다시 대상포진이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러나 물집이 사라졌음에도 주변부의 통증은 낫지 않는 ‘대상포진성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노인 환자의 약 30%가 대상포진성 통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발병 부위에 따라서 합병증 위험이 뒤따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눈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기는 경우에는 홍채염이나 각막염을 일으켜 시력에 손상을 입을 수 있고, 바이러스가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뇌수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하는 만큼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입가나 성기 주변의 간지러운 물집, 단순포진입가나 성기 주변을 중심으로 물집이 생기는 경우에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 또는 2형 감염으로 인한 단순포진일 가능성이 높다. 주로 1형은 입가나 입속 점막에, 2형은 성기 주변에 포진을 유발하는데, 성 접촉으로 인해 다른 부위로 교차감염되는 경우도 있다.단순포진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나타나는 만큼 전염에 주의해야 한다. 물집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전염력이 약 80% 이상으로 높으며, 증상이 없을 때는 전염력이 비교적 낮지만 성 접촉 등의 상황에서는 전염 가능성이 여전히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처음 감염될 경우 포진이 생겨나는 것 외에도 통증과 열감, 가려움증, 근육통 등의 불편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을 약 3~4일간 심하게 겪다가 점차 증상이 사라지고, 2~3주 내에 딱지가 떨어지면서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다. 다만 이때도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니며, 면역력이 저하되면 쉽게 재발할 수 있다. 재발하는 경우에는 포진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증상이 비교적 약하고, 지속기간이 짧아 특별한 치료 없이도 1~2주 내에 금세 가라앉는 경향을 보인다. 단순포진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항바이러스제를 경구 투여하거나 연고를 바르는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약 3~5일 정도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데, 증상이 나타난 지 72시간 내에 복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가장 좋다.
손발 사이사이 무리 지어 생긴 물집, 한포진한포진은 손발의 피부에 1~2mm 정도로 작은 물집이 무리 지어 생기는 경향을 보인다. 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사이, 손바닥과 발바닥 등에 생기며 간혹 손톱 옆에 생겨나 손톱의 모양까지 변형되는 경우도 있다. 한포진이 발병하면 물집이 나면서 간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열감이나 따가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2~3주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물집이 딱지가 되어 떨어지면서 낫는다. 발병 원인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다한증 △ 세제 등 화학제품이나 물과의 잦은 접촉 등이 지목된다. 특히 여름철 땀이 많이 나는 시기에 악화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 재발할 위험이 높아진다.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에게 전염되지는 않지만, 물집을 일부러 터트리면 주변으로 병변과 수포가 확대될 수 있어 되도록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한포진은 물사마귀나 손의 습진 등과 오인하기 쉬운 만큼, 정확하게 진단해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습진과는 물집의 유무로 구분할 수 있으며, 물사마귀는 약 3~6mm 정도로 한포진보다 크기가 크고 얼굴과 몸통 등 전신에 나타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한포진을 치료할 때는 발병 부위에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거나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세제나 손 세정제 등 화학물질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청소나 설거지 등을 할 때는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부득이하게 맨손으로 물과 화학제품 등을 사용한 경우에는 손을 청결하게 씻은 후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는 것이 좋다.
물집 건드리면 2차 감염 위험…재발 막으려면 면역력 관리해야대상포진, 단순포진, 한포진 모두 물집을 손으로 건드리거나 일부러 터트리는 것은 금물이다. 손으로 물집을 만지거나 바늘로 일부러 터트리는 경우, 상처가 나면서 2차 감염의 위험이 높아진다. 대신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포진이 주변 부위로 퍼지는 경우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각 질환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다. 아울러 이들 질환은 면역력이 낮아지면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한 번이라도 발병했다면 평소 면역력을 잘 관리해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닥 한방과 상담의사 김민정 원장(생기한의원)은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는 각종 피부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이므로 평소에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며 “가벼운 운동이나 취미를 통한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 평소 충분한 숙면과 건강한 식습관으로 면역력을 개선한다면 재발 방지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민정 원장 (생기한의원 한의사)